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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감 예민한 아이도 잘 먹는 파개장

by 꿀팁선발대 2025. 5. 23.

“엄마, 이거 질겨.” 한참 잘 먹던 아이가 숟가락을 내려놓았습니다.

부모가 되기 전엔 몰랐습니다. ‘잘 먹는 음식’ 하나가 이렇게 사소한 식감 하나에 따라 갈릴 수 있다는 걸요. 아이를 키우며 요리를 다시 배우는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국물요리는 아이와 함께 먹기 까다로웠습니다. 매운 건 당연히 안 되고, 파가 너무 흐물거리면 “이거 물컹해” 하며 뱉어내고, 고기가 질기면 씹다 말고 손으로 꺼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외식 자리에서 우연히 먹은 맑고 시원한 파개장은 조금 달랐습니다. 아이가 처음으로 끝까지 남기지 않고 먹었죠.

“이건 괜찮아. 고기도 안 질기고, 파도 맛있어.” 그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집에서 아이 입맛에 맞는 파개장 만들기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도 잘 먹는 파개장

육수내기 – 깊고 맑은 국물 맛의 시작

요리는 ‘물맛’부터라고 하죠. 파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맑고 깊은 국물 없이는 성공할 수 없기에 육수에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처음 실패한 이유는 단순히 고기만 넣고 끓였기 때문이었어요. 기름은 많고, 맛은 밋밋했습니다. 아이는 두 숟갈 먹고 내려놨고, 그날 저는 다시 끓이기 위해 냉장고 문을 열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채소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무, 양파, 대파뿌리, 다시마 등을 넣으니 국물이 훨씬 맑고 감칠맛도 생겼습니다. 소고기와 채소의 비율이 절묘하게 맞아야 자극 없이 시원한 국물이 완성되더군요.

 

재료 (3~4인 기준):

  • 물 2L
  • 소고기(양지머리/사태) 300g
  • 무 1/4개
  • 양파 1/2개
  • 대파 뿌리 2대
  • 마늘 5알
  • 다시마 1장
  1. 고기는 찬물에 30분간 담가 핏물을 뺍니다.
  2. 끓는 물에 살짝 데친 뒤, 모든 재료를 넣고 센불 10분 → 중불 40분 이상 끓입니다.
  3. 다시마는 10분 내로 빼고, 육수는 체에 걸러 맑게 사용합니다.

포인트: 거품을 자주 걷고, 끓는 내내 국물이 탁해지지 않게 불 조절을 해주는 것입니다.

고기손질 – 아이가 잘 씹을 수 있는 부드러운 식감 만들기

두 번째 실패는 고기에서 시작됐습니다. ‘결대로 찢으면 부드럽겠지’ 했지만, 생각보다 질겼고 아이는 씹지도 않고 뱉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어요. 찢는 대신, 얇게 썰어 부드럽게 조리하는 걸로요.

가장 잘 맞았던 부위는 양지머리. 결이 고우면서도 육즙이 적당히 있어 씹을수록 고소했습니다. 사태는 좀 더 부드럽고 담백해서 덜 질깁니다.

  1. 푹 삶은 고기를 결 반대로 얇게 썰기
  2. 간장 1T + 참기름 0.5T + 다진 마늘 1t으로 밑간
  3.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기름기 제거 후 볶기

아이 입에 맞추려면 씹는 순간 부드럽게 풀어지는 식감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손질한 고기를 볶아 넣었더니, “이건 안 질겨”라며 끝까지 잘 먹었습니다.

대파활용 – 아삭하고 달콤한 파향 살리기

“파가 물컹해서 싫어.” 이 말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처음엔 파를 너무 일찍 넣어 국물이 진한 대신 파가 퍼졌고, 아이는 반도 못 먹었죠.그 다음부터는 파의 식감과 향을 살리는 순서를 찾았습니다.

 

파 손질법:

  • 흰 줄기: 7~10cm 길이로 크게 썰고 세로로 갈라줌
  • 초록 부분: 얇게 어슷썰기 후 마무리 단계에만 살짝 투입

조리 순서 포인트:

  1. 흰 대파와 밑간한 고기를 참기름에 볶아 파향을 끌어올림
  2. 육수 붓고 끓이기 시작
  3. 파 초록 부분은 마지막 3~5분 전에 넣고 살짝만 익혀서 마무리

이렇게 하면 파는 아삭하고 달콤하며 국물은 시원하고 담백합니다. 심지어 파를 잘 안 먹던 아이가 “파가 달아!” 하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아이와 함께 나누는 국물 한 그릇

파개장은 간단한 국처럼 보이지만, 아이와 함께 먹으려면 그저 끓이기만 해서는 안 되는 음식입니다.

  • 고기는 부드러워야 하고
  • 파는 무르지 않아야 하며
  • 국물은 맑고 깊어야 합니다

이 세 가지를 하나하나 맞춰가며 만든 파개장, 그건 단순한 요리를 넘어서 아이와 나누는 정성의 한 끼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아이가 밥 한 공기를 싹 비우며 말했습니다. “엄마, 파개장 좋아. 또 끓여줘.”

그날 저는 알았습니다. 내가 만든 음식이 아이에게 ‘맛’뿐 아니라 ‘신뢰’도 줄 수 있다는 걸요.

오늘, 여러분의 식탁에도 그 정성이 담긴 따뜻한 파개장 한 뚝배기를 올려보세요. 아이도, 어른도 웃게 되는 한 그릇이 되어줄 겁니다.